남편의 비석이 맨 앞줄에 놓여 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도 많은 비석들이 세워졌는지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죽은 자의 깊은 숨소리 뿐인 삶의 가운데 서서
가만히 남편의 비석에 손을 올려 봅니다
"오래간만이네."
가볍게 인사하고  또 다시 비석에 쓰여져 있는 글귀를 찬찬히 읽어 갑니다
...거제도 출생   1998년 2월 17일 과천에서 사망...
왜 이렇게 읽을 때 마다 낯설은지...
딸아이가 엄마 이 글을 읽으니 새삼 마음이 이상해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그래 속으로 대답합니다
3시간 넘게 달려가 20여분 서있다 다시 3시간넘게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허망한
길을 나는 왜 가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때때로 나는 남편에게 가고 싶어 집니다

언젠가 교회 홈피에
글을 하나 올려놓고
아침이 되어 자신의 아픔을 참을 수 없어 지워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그 때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더 사랑할 것을
이렇게 시간이 조금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할 것을
다른 사람, 환경, 상황들로
그와 갈등하지 말것을
사랑하기에도 이렇게 부족한 시간인줄 알았다면
더 많이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할것을
그 때 내가 이렇게 시간이 조금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면...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려가고 부부로 살아가면서
우리 사이의 문제 보다는 주위의 환경과 상황등으로
갈등과 눈물과 분노와 아픔으로 낭비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환경을 받아 드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그것은 제게 큰 상처로, 괴로움으로 제 삶에 남아 있었고
그 모든것은 제가 남편을 사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특히 명절은 제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었고
명절 증후군으로 저는 시름 시름 아프기 까지 했고
남편이 미워지기 까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난 뒤
명절은
제 어깨에 매어있던 그 모든 짐들이 내려 졌음에도
저는 결코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아주 아픈 그리고 슬픈 명절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남편의 비석에 손을 올려놓고
제가 가슴으로 
이렇게 조금 밖에 시간이 없는 줄 알았다면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살것을...
살아 있는 날들을 다른것에 빼앗기지 않을 것을...
속삭여 말했습니다
이렇게 조금 밖에 시간이 없는 줄 알았다면...

부부란 하나님이 각자에게 딱 맞는 짝을 맺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밀을 제가 그때 깨달았다면
소중한 시간들을 아쉬워 하지는 않았을 텐데 ... 그렇지요^^

영광가족 여러분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합시다
가까이 있는 가족을 그리고 교회를 그리고 구역을 그리고 동역자들을 ...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길지 않는 것 처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비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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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섬기는 교회의 어느 권사님의 글이 감동이 되어 올려봅니다.